특집기고: 제9차전력수급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뉴스레터 3호)

제9차전력수급계획이 지난 연말에 황급히 확정되었습니다. 2034년까지의 전력수요 전망과 공급계획을 담고있는 제9차계획에 문제는 없는지. 탄소중립 2050을 실천하려면 전력수급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 지. 전력수요관점에서 세종대 양자원자력공학과 박문규 교수. 온실가스 관리 관점에서 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 이기복소장. 에너지안보와 전력망안정성 측면에서 부산대 기계공학부 이현철 교수의 분석 기고를 싣습니다.

전력수요예측과 제9차 전력수급계획
세종대학교 양자원자력공학과 박문규 교수

세종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박문규 교수

“올 여름 최대전력 수요는 8830만kW로 예상되나 예상치 못한 폭염, 대형발전기 불시정지 등 돌발 상황이 없을 경우, 1241만kW의 예비력이 확보돼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가능하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위 내용은 지난 2018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력수요를 의도적으로 낮게 설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한 정부의 반박내용이다. “돌발 상황이 없을 경우”라는 가정을 했다는 사실이 정말 황당하다. 전력예비율이 필요한 이유는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면 낭비되고 있는 전력소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그 효과가 데이터센터 등에 따른 수요 상승을 대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해외사례 및 전문기관 견해도 상당하다. 구글은 자사 데이터센터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 냉각전력의 40% 절감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견해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것인 지는 아래 그림이 설명하고 있다. 네이처지는 전자/통신/ICT/데이터 분야의 전력 수요 증가분 중 데이터 센터의 전력사용량이 2020년대 말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어느 전문가의 견해를 언급한 것인 지 묻고 싶다. AI 기술발전으로 낭비되는 전력을 절감하는 것은 당연한 예측이나 수요 증가율은 그 몇 배나 될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그림] 전자/통신/ICT/데이터 분야의 전력 수요 예측 (출처: Nature 2018)

작년 12월 28일 정부가 확정한 제9차 전력수급계획은 최대전력은 연평균 1.1%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는 지난 8차 계획에서 예측한 연평균 1.3% 보다 낮고 7차 계획에서 예측한 연평균 2.2%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러한 예측은 전기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올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탄소중립의 전제 조건이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와 전기 생산의 무탄소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전력수요 예측은 전력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의 산업구조 변화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점진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제조업 기업들의 투자 목표를 파악하면 큰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우리 정부나 기업이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미래가 결코 아니다. 제조업과 수출주도 경제인 우리나라는 외부의 급격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설비확보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전력수요의 불확실성은 큰 리스크를 담보하고 있다.

네이처의 전력수요예측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는 데이터센터를 살펴보자. 국내 데이터센터는 산업 전체 전력소비량 중 약 1%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에서 선정한 가장 전력사용량이 높은 건물에 KT목동IDC가 꼽히기도 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들의 전력 소비량이 2020년 말에 350~400메가와트에서 2023년 700MW가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20%가량이 될 전망이다. 물론 냉방효율 개선 등 전력절감 방안이 꾸준히 병행되고 있으나 수요증가 추세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되고 가스레인지가 전기레인지로 대체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의 드라이브 때문이든 시장에서 소비자의 자연스런 선택에 의해서든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전기사용 억제가 아니라 촉진의 방향으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고, 무탄소 전원의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될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력 공급 능력이 이런 빠른 변화를 따라가긴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인데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 수요를 과소 예측하게 되면 수년 후 전력부족 사태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아무리 탈원전을 주장한다 하더라도 탄소중립2050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관점에서 바라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
한국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 이기복 소장

한국원자력학회 고급정책연구소 이기복 소장

2020년 12월 28일 정부에서 확정 발표한 국가전력수급 중장기 계획인 제 9차전력수급기본계획(2020년~2034년)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2050년에 탄소중립을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은 왜 하는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그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중 지구온난화에 가장 기여도가 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만든 ‘2020세계위기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 2020)’에는 인류가 당면하게 되는 가장 가능성(likelihood)이 높고 가장 충격(impact)이 큰 위험(risk)으로 꼽은 최상위 5가지는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문제이다. 기상이변, 기후변화 대응실패, 자연재해, 생물 다양성 감소, 인간유발 환경재난이 그것이다. 전쟁이나 대량학살 무기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보았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지나 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가 될 만큼 절박한 것으로 다가왔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2021년이 시작된 지금 약 8300만명의 확진자와 180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2020 세계위기보고서’에서는 전염성질환(infectious diseases)을 가능성과 충격면에서 기상이변, 기후변화대응실패보다 한참 뒤에 놓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는 공포에 떨고 일상이 마비되고 세계 경제는 침체되었지만, 지역적으로 차별이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개발 등으로 일이년내에 극복가능하면서 향후 반복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이를 막지 못하면 지구의 상태는 회복 불가능한(irretriev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상황으로 되며 전 지구적으로 인류생존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IPCC 지구온난화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여 지구 온도를 1.5℃ 이하로 상승하는 것으로 제한하여야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막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순배출이 영(zero)가 되는 탄소중립이 달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탈탄소와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 에너지사회를 위한 몸부림은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목표이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림] 세계위기 지형 전망

우리나라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지난해 12월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국가결정기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 LEDS :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

우리나라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2017년 배출량(7억 910만 톤) 대비 24.4% 감축을 제시하고 있으며, LEDS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장기 비전과 국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탈탄소 사회를 위한 모든 수단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2050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사용 확대와 원자력,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필수인데 제9차전력수급기본계획이 이를 염두에 두고 세운 계획인지, 원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원자력 발전에 70%이상 찬성하는 국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계획인지 의심스러웠다. 연휴가 시작되는 성탄절 전날 공청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연휴가 끝난 다음날인 28일에 확정 발표한 것만 보아도 국민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빠르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에 대한 의지가 제9차 전력수급계획에 담겨야 했다.

제9차 전력수급계획을 살펴보자. 주안점은 석탄발전과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계획에 있는 석탄발전 7기는 그대로 준공하되, 2034년까지 가동연한이 끝나는 노후 석탄발전 30기는 폐지하여 석탄 발전 설비용량은 현재 35.8GW(58기)에서 29.0GW(37기)로 감소하게 된다. 탈원전도 함께 추진하여 이미 공정의 30%이상 진행된 신한울 3, 4호기를 포함하여 신규 원전은 더이상 건설하지 않고 계속운전도 허가하지 않아 가동중인 원전을 차례로 중지시켜 현재 설비용량 23.3GW(24기)에서 2034년 19.4GW(17기)로 축소한다는 것이다. 2034년 정격용량기준은 신재생(40.3%, 77.8GW), LNG(30.6%, 59.1GW), 석탄(15.0%, 29.0GW), 원전(10.1%, 19.4GW) 순(順)이고, 2034년 실효용량기준은 피크기여도를 반영하여 LNG(47.3%, 59.1GW), 석탄(22.7%, 28.3GW), 원전(15.5%, 19.4GW), 신재생(8.6%, 10.8GW) 순이다. 석탄 발전과 원전을 LNG로 대체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변동폭(0~100%)을 주로 LNG로 대체해야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LNG는 1kwh당 54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석탄(992g/kwh)보다는 적지만 원전(10g/kwh)보다는 50배 정도로 훨씬 많다. LNG는 주성분이 메탄(CH4)가스이다.

<6대 온실가스 비교표>

 이산화탄소CO2메탄CH4아산화질소N2O수소불화탄소 HFCs, 과불화탄소 PFCs, 육불화황 SF6
배출원 에너지사용 산업공정폐기물/농업/축산산업공정 비료사용냉매/세척용
지구온난화지수 (CO2=1)121310140~23,900
온난화기여도(%)5515624
국내총배출량(%)91.73.82.02.5
* 한수원 홈페이지 자료, 국내 총배출량 : 2017년 국가온실가스인벤토리보고서(2015년 실적)

<6대 온실가스 비교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가 21배나 크다. 메탄은 배출량이 작더라도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기여도가 매우 높아, 석탄대신 LNG를 사용하면 결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미세먼지를 2019년 2.1만톤 대비 2030년에 57%를 감축하겠다고 하면서 가동과 중지가 자주 발생하여 가동초기 불완전 연소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LNG 발전을 늘리면 과연 미세먼지가 줄어들지 의심스럽다. 더군다나 2034년에 재생에너지 정격용량을 77.8GW로 지금 2020년의 20.1GW보다 거의 4배를 잡았는데, 어디에 어떻게 이 많은 용량을 설치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대부분 농림지역이라 재생에너지의 대폭 확대는 결국 산림 자원의 훼손을 가져와 탄소 흡수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원전 대형 사고를 경험한 미국, 일본과 우리보다 훨씬 좋은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가진 영국, 중국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원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석탄화력발전을 축소하면서 LNG 발전을 늘리고 동시에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줄이는 제9차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결코 탄소중립을 위한 실효성있는 계획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던진 약속인 2050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가 불안해지고, 국민이 불행해지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전에 제9차전력수급계획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느슨한 기후위기 인식으로 마치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 끓는 냄비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삶아진 개구리의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처럼 위기의식의 혼돈에 빠지지 말고, 온실가스 감축에 모순되는 정책을 펼쳐선 안된다. 타국의 원전 사고를 교훈으로 모든 안전 장치를 마련한 우리나라 원전은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우수한 건설능력과 운영능력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오해를 불식하고 선진국처럼 원전을 적극 확대 활용하는 방안으로 나가야 겨우 2050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

에너지안보와 전력망안정성 측면에서 바라본 제9차 전력수급계획의 문제점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이현철 교수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이현철 교수

작년 12월 28일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계획을 확정했다.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라인 공청회(公聽會)를 열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각계 의견을 반영도 생략한 채 급하게 확정해 버려 공청회(空聽會)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이번 전력수급계획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나 에너지 안보와 전력망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첫째, 준 국산 에너지인 원자력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건설부터 운영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핵연료의 원료인 우라늄은 수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중동 등 특정 지역에 매장량이 집중되어 있어 수급이 불안정한 천연가스와 달리 우라늄은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하고 있어 공급선이 다양하고 수급이 안정적이다. 원자력은 발전 원가 중 핵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인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발전원가 중 연료비 비중이 90% 수준이다. 원자력으로 발전하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의 극히 일부만 해외로 나가지만 LNG로 발전하면 전기요금의 대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원자력은 준 국산 에너지라 불리는 것이다.

게다가 핵연료는 비축이 쉬워 국내에서 18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핵연료를 비축하고 있다. 반면 비축에 어려움이 있는 LNG는 1.5개월 사용분만을 비축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이 LNG 발전과 비교할 수 없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비중을 낮추고 LNG 발전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꼴이다.

둘째, 신재생 발전 설비 용량에 비해 신재생 발전의 변동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는 장마나 태풍 같은 상황에는 전력을 거의 생산하지 못하고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정격용량의 100%에 가까운 전력을 생산한다. 게다가 봄/가을에는 전력 수요가 연중 최대 전력 수요의 약 60~70% 수준이다. 이번 계획에서 2034년 최대 전력 수요를 102.5GW로 예측하고 있으므로 봄/가을의 전력 수요는 60~70GW 정도라고 볼 수 있다. 2034년 신재생 전력 설비의 정격용량이 77.8GW인데 이 설비가 봄/가을에 100% 가까운 출력을 낸다면 신재생 발전만으로도 전체 수요를 초과하는 전력이 생산되기 때문에 신재생 발전 설비 중 일부 설비의 발전을 제한해야만 한다. 전기는 모자라도 정전이 발생하지만 남아도 정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제주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올해만 풍력발전 출력 제한이 137건이나 발생했다. 이는 가뜩이나 낮은 재생에너지의 이용률을 더욱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전력망 안정화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전기요금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의 경우 전체 전기요금 중 전력망 관련 비용이 전력 생산원가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이 유럽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되었다. 전력망이 이웃 나라와 연결되어 있어 전력 수출입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는 독일의 사정이 이러한데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 심각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셋째,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추진해야함에도 너무 서두르고 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은 한-중, 한-일, 그리고 한-러 사이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이웃 나라와 전력을 교류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전력망 연결과 달리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해저 케이블이나 북한 지역을 통과하여 이들 국가와 연결되기 때문에 망 연결 비용이 유럽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의 사드 사태, 일본과의 수출규제 사태에서 보듯이 이들 중 국가 안보와 관련하여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한 현실적 대책은 양수발전과 전력망을 통한 전력 수출입 밖에 없다. 양수 발전에는 지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전력수급계획과 같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일 경우 국내의 전력망 안정성은 동북아 수퍼그리드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통해 이들 나라에 전력을 의존하게 되면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은 전력을 무기로 우리에게 압박을 가해 원하는 것을 얻어갈 것이 뻔하다.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통해 전력망 운영에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과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국익에 부합할지는 진지하고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무리하게 높인 것에 있다. 석탄과 LNG 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신재생 발전 위주로 전력을 생산하되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력망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정부는 이것이 탄소중립, 전기요금 안정, 그리고 에너지 안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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