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대한 단상 – 뉴스레터 7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공학과 이승준 교수

1,368 명.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언급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수이다. 이 언급에 일본 정부는 즉시 “사실과 다르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청와대는 ‘연설팀의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팩트는 무엇일까. 실제로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으며 2018년 폐암으로 사망한 후쿠시마 원전 근로자의 경우도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했다는 근거는 희박하다고 보도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1,368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 사망한 사람 숫자가 아닌 대피 중 건강이나 질병 악화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이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반경 20km 구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주민의 출입을법적으로 금지하였으며 20km~30km 거주민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대피하도록 권고하였다. 이로 인해 9만9000여명의 이재민이 생겨났으며, 이중 1,368명이 대피 기간 중 방사능 피폭과는 무관한 이유로 사망을 하였다.

만일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출된 방사능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를 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며, 이를 위해 원전 인근에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지정하여 만에 하나에도 대비하고 있다. 원전 안전의 기본 원칙은 다중 방어이다. 방사성 물질의 소스인 핵연료가 파손되면 원자로, 원자로가 파손되면, 격납건물, 그리고 격납건물이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주변 지역에 방사선 피폭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옥내 대피, 주거지역 철수, 요오드 피폭 감소를 위한 비방사선 요오드 배분 등을 시행하게 된다. 방사선비상계획은 주변 지역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책이며, 실제 전세계적으로 지역 주민 소개를 동반하는 비상계획이 발동 된 경우는 450 여기 원전의 60년 가까운 원전 역사에 후쿠시마 사고를 포함하여 3번에 불과하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방사능 누출 전 예방적 차원에서 사전에 주민을 소개하는 개념의 조치를 실시하는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방사선비상 발생시 방사능영향평가 또는 환경감시결과를 기반으로 필요시 주민에 대한 긴급보호조치를 실시하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나뉜다. 예방적보호조치는 방사선피폭을 예방하기 위해 대피를 고려하지만,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은 용어 그대로 조치계획을 세워두는 구역인 것이다. IAEA에서는 예방적보호조치구역을 3~5km로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5~30km로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16km, 프랑스는 10km, 스위스는 20km로 IAEA에서 권고한 범위 내에서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반경 8~10 km로 단일구역이었던 비상계획구역을 2015년에 예방적보호조치구역 (원전반경 3~5 km)과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원전반경 20~30 km) 등 두 단계로 세분화하였다. 이후 울산시의 경우 최대 30km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설정하고, 부산시의 경우 20km이던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을 30km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보아도 제일 넓은 범위임을 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커진 국민의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하지만 단순히 넓은 범위를 지정하여 대비를 하는 것은 실제 상황 발생시 불필요한 대피를 야기하여 정작 대피가 필요한 지역의 주민들의 대피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며, 후쿠시마에서 1,300명이 넘는 주민이 방사능의 영향이 아닌 대피 중 사망한 것과 같이 대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 할 수도 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대피가 필수적인 구역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은 용어 그대로 긴급보호를 위해 필요하고 적정한 계획, 예를 들면 옥내 대피, 비방사성 요오드 정제 배분, 실시간 방사선 계측 감시, 통신, 교통, 집합시설 등 사회기반 인프라의 활용 계획을 수립하여 만에 하나, 비상시에 당황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구역인 것이다. 만일 원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 물질의 확산은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되지 않는다. 방사능 물질의 확산 방향 및 토양에 침적되는 양은 사고의 크기와 기상상황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게 되므로 실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는 대처이다. 미국 원자력 규제기관에서도 원전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피가 아닌 옥내 대피를 우선적으로 하고 바람 방향과 같은 상황 판단 후에 대피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도 아톰케어(AtomCARE)라는 사고의 규모와 그 영향을 예측, 분석하여 주민 대피 등의 비상대응조치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또한 방사선 비상을 대비하여 방사능영향평가와 환경 탐사를 바탕으로 하여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유관기관(경찰, 군부대, 소방서 등)과 지역주민 등이 합동으로 방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11년을 돌이켜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 방사능비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컸으며 경기교육청에서는 도내 초등학교에 자율적 휴교를 지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국내에서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국내의 영향은 보고된 바가 없다.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전에서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원전의 안전에 대한 조치, 특히 사고 대비는 사실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의 확대는 원전 안전의 기본 원칙인 다중 방어를 강화하기 위하여 기존의 주민 소개를 상정하는 비상계획구역 바깥 쪽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계획 구역을 하나 더 설정한 것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원전 주변 30 km까지 무조건 주민 소개를 해야하는 구역은 아닌 것이다. 조심에 조심을 더하는 것은 원전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가져야 할 생활태도이다. 그런데, 조심에 조심을 더하는 것을 위험이 커진 것으로 왜곡하여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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