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수기 원전은 동시에 사고가 날까? – 뉴스레터 7호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책임연구원 양준언 박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1~3호기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대피를 하였던 피난민 중 아직도 많은 사람이 귀향하지 못하고 있는 등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여러 호기의 원전에서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는 “다수기 사고”에 대해 원자력계는 물론 일반 국민의 관심도 늘어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신고리 5-6호기의 인허가 문제와 연계되며 다수기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수기의 안전성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나온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원자력계에서 이미 알고 대비를 해온 문제이다. 원전의 규제 요건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부터 이미 다수기 원전이 중요한 기기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이는 중요한 기기를 공유함으로써 한 호기에서 발생한 사고가 다른 호기의 안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요건이다. 또한,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는 한 호기의 사고로 인해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근접한 다른 호기의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요건도 추가가 되었다. 원전의 안전과 관련하여 고려해야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공통원인고장(Common Cause Failure)이다. 즉,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와 같이 지진 등 외부의 공통 요인에 의해 원전의 안전성이 위협을 받는 것에 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을 하였을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이제 널리 알려졌듯이 대규모의 지진과 쓰나미로 핵연료에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의회에서 작성한 사고보고서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명백한 인재(人災)로 규정을 하고 있다. 이 이외에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여러 보고서에서 다 같이 동경전력이 쓰나미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 이와 같은 공통원인고장에 대한 대비를 적절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도 태풍 등으로 다수기 원전이 동시에 정지되었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다수기 사고에 대해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수기 사고는 다수기가 동시에 정지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수기의 안전계통들이 동시에 모두 고장이 날 때 발생을 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대규모의 지진과 쓰나미로 다수기의 안전계통이 동시에 모두 고장이 나서 발생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이런 문제를 일으킬만한 대규모의 자연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 

확률을 이야기하면 일부에서는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내일 발생할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한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주변에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두고 있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만일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이 구역 안의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의 절차를 통해 주민의 피해를 막는 조치이다. 즉,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곧 원전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원전은 대량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의 발생 빈도가 최대 10만 년에 한 번 이하가 되도록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만약 2개의 원전이 각기 다른 이유로 인하여 동시에 그런 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100억 년에 한 번 이하이다. 현실적으로 발생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해 2개 이상의 원전이 동시에 사고가 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는 쓰나미는 그리 우려할 바가 아니고 단지 지진이 이와 같은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진 규모는 일본과 비교할 수준이 안된다. 우리나라 지진 관측상 가장 강력했던 경주지진의 규모는 5.8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동일본 대지진(규모 9.0)과 비교할 때 지진 에너지 측면에서는 약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2011년 3월에 경주지진 에너지의 1,000배가 넘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을 때도 지진 자체로 문제가 생긴 일본 원전은 하나도 없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나라도 원전 안전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원전의 외부에서 전기와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는 발전차, 소방차가 포함되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도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여 중대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설비가 추가된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이를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또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과 같이 원전에서 발생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원전의 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해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국내 원전 사고의 리스크(위험도)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다른 위험 요인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2018년도 자연재해에 의한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약 50명 수준이다. 또한, 2019년도의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3,000명이 넘는 수준이고,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자는 100,000명이 넘으며, 사망자는 2,000명이 넘는다. 

원전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도리어 원전의 안전성을 저하하고 피해를 확대하는 요인이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주민을 대피시키는 기준으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연간 20~100mSv 중에서 가장 낮은 값인 20mSv를 사용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기준에 따라 주민의 대피가 이루어지며 약 16만5천 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발생하였다. 피난민 중에는 나이가 많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로 추정되는 약 2,000명은 방사선 피폭에 의한 것이 아니고 피난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사망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만약 일본이 주민 대피 기준으로 연간 20mSv 대신 좀 더 큰 값을 사용하였다면 대피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며 이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향후 2~30년 후에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 모르는 방사선 피폭에 의한 암 발생을 우려하여 정든 고향을 떠나게 한 것이 정말 적절한 주민 보호 조치였을까? 

과연 어떤 시각으로 원전을 보는 것이 원전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는 바를 최대화하고, 그 잠재적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우리 모두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원전에 의한 피해는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방사성 물질 누출에 의한 것이다. 이와 같은 미래의 잠재적 피해에 대해서는 그 발생 확률과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속 조치까지 이루어진 우리나라 원전에서 다수기 사고에 의해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동시에 누출되는 사고는 그리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수기 사고를 걱정하기보다는 각 원전에서 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사고를 찾아내고, 이를 예방하는 방안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이 실제 원전의 안전성 향상은 물론 나아가 다수기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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